최근 들어 컴퓨터가 느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유튜브도 뭔가 느릿느릿하고, 시작 앱도 초반에 비해 느릿느릿 실행되었다.
단순한 내 강박일 수도 있었지만, 윈도우를 오랫동안 정비하지 않았기에 이 참에 한 번 재설치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USB에 부팅 디스크를 만들고 윈도우 재설치를 진행했다.
한두 번 해본 작업은 아닌 만큼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파티션을 설정하는 파트에서 내가 실수로 D드라이브의 파티션을 삭제하고 말았다.
처음에는 몰랐다. 별생각 없이 윈도우 세팅을 하던 도중 라이브러리에 들어갔는데, 그때서야 D드라이브가 텅 빈 것을 확인했다.
내가 10년을 넘게 쌓아놓은 개발 공부 기록, 여태까지 진행했던 프로젝트, 윈도우 세팅 도구, 즐겨 하던 게임의 스크린샷과 동영상, 평소 생각을 정리해놓은 글까지.
나의 추억들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없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황급히 복구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Gemini에게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 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절망적이었다. SSD는 파일의 복구가 굉장히 어렵다고 한다.
SSD에는 Trim이라는 것이 있는데, 쓰기 성능과 수명 연장을 위해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데이터를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는 기능이라고 한다.
그 말대로, 여러 복구 프로그램을 돌렸으나 Trim은 이미 모두 진행되어 남은 흔적 파일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득 SSD의 단점 중 하나가 떠올랐다. 파일을 전기적으로 저장하는 것이라 물리적으로 저장하는 하드디스크에 비해 복구가 정말로 어렵다고...
저장 용량 부족하다는 핑계로 백업을 등한시한 옛날의 나 자신이 조금 원망스러워졌다.
평소 건강 상 이유로 설탕을 잘 선호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설탕을 참으면 오히려 병이 생길 것 같았다.
날아간 데이터는 더 이상 돌아오지 않으니,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다시 추억을 쌓아나가려 한다.
한동안은 D드라이브를 볼 때마다 쓸쓸할 것 같다.
